Pages

Thursday, July 7, 2016

무인카페

수정: 해당 카페는 2017년에 없어졌습니다. 우려했던 일이지만 안타깝네요.

저는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기 직전에 달달한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숨을 돌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우리 부대 앞에는 커피가게가 몇 개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중 크OO라는 가게가 무인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예전엔 주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카페에 들어서면 카운터 쪽에 커튼이 쳐져 있고, 가게 뒤로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길을 막아 놓았습니다. 처음 오는 손님을 위해 벽과 측면 테이블 이곳저곳에 여러 안내 글귀가 붙어 있습니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커피를 고르고, 얼음을 타고,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도 직접 구워먹고, 쓰레기도 직접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심지어 계산을 할 때도 현금은 헌금함처럼 생긴 통에 넣고, 카드는 직접 기계에 금액을 입력하고 카드를 긁어서 결제해야 합니다. 손님들의 양심과 매너를 믿고 운영하는 것이지요.

무인카페로 운영하기 때문에 메뉴도 제한되어 있고, 특히 차가운 음료는 미리 다 만들어진 채로 냉장고에 넣어놓고 판매하기 때문에 원하는 음료가 동이 나서 못 먹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그런지 차가운 라떼 가격이 2000원밖에 안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무인카페로 바뀌고 나서 지금까지 헤이즐넛 라떼와 카라멜 라떼를 한 번씩 먹어봤습니다.

마침 군부대 앞인지라 잠재적인 고객 수는 많은데,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이 생긴다면 무인카페가 손해를 못 견디고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 카페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오래 이용할 수 있게 비양심적인 고객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